신학/선교신학

에큐메니칼 운동과 WCC의 신학적 의미

꾸벅준혁 2013. 8. 1.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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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큐메니칼 운동과 WCC의 신학적 의미

 

박성원 (영남신학대학교 교수, WCC중앙위원)

 

세계교회협의회(WCC) 10차 총회(General Assembly)2013년 한국 부산에서 열린다. WCC는 무엇이며 WCC총회는 무엇인가? WCC는 왜 생겼는가? 한국교회 일부에서는 WCC총회를 반대하는데 왜 그런가? 한국교회는 WCC총회에 무엇을 기여할 것인가? WCC총회는 한국교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한국교회는 WCC총회를 어떻게 준비하여야 하는가? WCC총회를 잘 준비하기 위해서는 WCC에 대한 바른 이해가 필요하다.

 

WCC란 무엇인가?

 

WCC온 지구상에 거하는 만물”(All Inhabitants on Earth)을 뜻하는 오이쿠메네’(οικουμενε)의 비전을 가지고 세계의 흩어진 모든 교회의 일치를 도모하는 에큐메니칼 운동의 대표적 기구이다. WCC20101월 현재 전 세계 140개국의 349개의 개신교회와 정교회가 회원으로 가입되어 있고 여기에 속한 기독교인수가 약 58천만에 달하는 세계적 기독교연합기구이다. 로마 카톨릭 교회는 아직 WCC의 정식 회원교회는 아니지만 WCC의 한 흐름인 신앙과 직제’(Faith and Order)위원회에는 정식회원으로 참여하고 있으므로 WCC는 명실 공히 전 세계 기독교를 망라한 기독교의 유엔이라고 할 수 있다.

 

WCC는 스위스 제네바 에큐메니칼 선터 (150, route de Ferney 1211 Geneva 2, Switzerland, http://www.oikoumene.org) 에 사무국을 두고 있다.

 

WCC 가맹교단 세계분포도

 

WCC는 지난 60여년동안 시대적 과제에 따라 여러 가지 부서를 형성했으나 대체로 다음과 같은 다섯 지류들을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진행하고 있다.

 

신앙과 직제 (Faith and Order)

선교와 일치 (Mission and Unity)

봉사와 협력 (Diakonia and Cooperation)

국제문제 (International Affairs)

신학교육 (Theological Education)

 

WCC 총회는 어떤 교회사적 의미를 가지고 있는가?

 

예수 그리스도는 하나의 교회를 세우셨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그 하나의 교회는 사도행전 5장에서 나타나는 대로 초기부터 분열의 길을 걷기 시작하였다.

 

 

교회의 주요 분열역사

 

5세기 칼세돈 회의때 동방교회간의 분열

11세기 서방교회와 동방교회의 분열

16세기 종교개혁으로 분열

19세기에는 선교운동으로 핵분열

 

이렇게 분열만 해 오던 교회가 교회분열은 하나님의 뜻이 아니다라고 반성하고 하나되기 위한 노력을 2000여년 만에 시작했기 때문에 에큐메니칼운동은 2천년 교회사의 중요한 사건이며 그 운동의 정점에 WCC가 있다.

 

흔히들 에큐메니칼운동은 20세기에 처음 나타난 것으로 생각하지만 최초의 에큐메니칼 회의는 예루살렘 회의(15:129)였다. 사도행전 2:4447의 일치된 교회의 아름다운 모습은 오래가지 못했다. 사도행전 5장부터 일련의 교회분열의 요인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아나니아와 삽비라의 이기적 마음(5), 헬라파와 히브리파의 갈등(6), 스데반 순교이후의 반대파의 조직적 외압(78), 복음의 전파에 따른 이방인과 유대인의 갈등(1011), 이로 인한 사도들의 신학적 견해차이 등 내적, 외적 요인으로 교회는 이미 상당한 분열의 아픔을 겪고 있었다. 예루살렘 회의는 바로 이런 분열을 치유하기 위해 모인 최초의 에큐메니칼 공의회였다.

 

이후 교회는 하나님의 뜻을 이해하는데 이견이 있을 때마다 대표들이 함께 모여 공의회(Ecumenical Council)를 개최하고 이해의 조정을 기하고 교회의 복음증언의 방향을 결정해왔다. 니케아회의, 칼세돈회의, 에베소회의, 콘스탄티노플회의들이 대표적 에큐메니칼 공의회들이고 동서방교회가 분열된 이후 로마 카톨릭교회의 공의회는 라테란공의회로부터 1962년 제2차 바티칸공의회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WCC총회는 동서방교회분열 이후 부분적이긴 하지만 동서방 교회가 모두 참여하는 공의회의 전통을 민주적 형식으로 진행하는 근대교회 공의회라고 할 수 있다.

 

2013년 부산에서 열리는 제10WCC총회는 교회사적 측면에서 볼 때 예루살렘에서 열린 첫 에큐메니칼공의회의 전통을 21세기에 한국에서 개최하게 되는 것이다. 특별히 부산총회는 WCC뿐만 아니라 장로교회와 루터교회의 세계연합체인 세계개혁교회연맹(WARC)과 루터교세계연맹(LWF)이 함께 참여하는 확대총회가 될 예정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총회는 세계교회사적인 동시에 한국교회사적 사건이 될 것이다.

 

 

초대교회사의 공의회

 

1차 니케아 공회의 (325): 니케아신조작성, 하나님의 아들로서 예수는 영원전부터 존재한 것이 아닌 피조물이라는 아리우스주의 배격

1차 콘스탄티노플 공회의 (381): 니케아신경 제정

에베소 공회의 (431): 인성과 신성을 구분하는 네스토리우스주의 배격

칼케돈 공회의 (451): 칼케돈신조 작성 단성설 배격, 예수 안에 완전한 신성/인성 공존의 양성론 주장

2차 콘스탄티노플 공회의 (553): 기존공의회 결정 재확인, 신아리우스주의, 네스토리안주의, 단성론 정죄

3차 콘스탄티노플 공회의 (680681): 단의론 배격, 그리스도안에 사람으로서의 뜻과 신으로의 뜻 공존 하는 양의론 옹호

2차 니케아 공회의 (787): 성화상에 그려진 성인 존경표시 부활 (성화상 성인 존경 금지법 754 콘스탄티노플회의)

 

 

 

로마 카톨릭교회가 수용하는 공의회

 

4차 콘스탄티노플 공회의 (870880)

1차 라테란 공회의 (1123)

2차 라테란 공회의 (1139)

3차 라테란 공회의 (1179)

4차 라테란 공회의 (1215)

1차 리용 공회의 (1245)

2차 리용 공회의 (1274)

비엔나 공회의 (13111312)

콘스탄츠 공의회 (1418)

바젤페레라프로렌스 공의회 (14131445)

5차 라테란 공의회 (15121517)

트리엔트 공의회 (15451563)

1차 바티칸 공의회 (1870)

2차 바티칸 공의회 (1962)

 

 

 

WCC총회가 고대교회의 공의회와 다른 점이 두 가지 있다.

 

첫째는 고대교회 공의회는 주로 교리적인 이견에 대한 조정과 공식적인 입장정리를 위한 것이었지만 근대의 에큐메니칼 총회는 교회 일치와 교리의 공동이해를 비롯해 오늘의 역사적 현실에 대한 복음의 공동증언의 방향을 함께 정하고 공동의 선교, 공동의 봉사를 다짐하는 일을 강조한다. 그리고 세상의 일치와 정의, 평화를 위한 교회적 입장을 천명한다.

 

둘째 차이점은 고대교회공의회는 감독 등 성직자를 중심으로 한 대표들만 참여했지만 WCC총회는 성직자, 평신도, 여성, 청년 등으로 민주적 교회총대가 구성된다. 부산총회는 공식총대를 포함하여 약 7천여 명의 세계교회 인사들이 참여하여 이 시대를 향한 기독교의 복음증언의 방향을 설정하는 기독교의 신앙축제가 될 것이다.

 

WCC 형성에서 총회에 이르기까지

 

WCC의 공식 창설은 1948년 암스테르담에서 가진 창립총회였다. 그러나 암스테르담 창립총회가 있기까지 기나긴 여정이 있었다. 근대 세계교회의 일치운동은 영국침례교회 인도선교사 윌리엄 케리가 1810년에 세계선교사들이 10년에 한번은 함께 만날 필요를 제기함으로 시작되었는데 그의 꿈은 그로부터 100년 뒤인 1910년 에딘버러에서 열린 국제선교대회(International Missionary Conference)를 통해 이루어졌다. 이 에딘버러 국제선교대회(IMC)가 에큐메니칼 운동의 모태이다.

 

이후 19191월 동방정교회 총회에서 세계 제1차 대전 이후 국제정치권에서 국제연맹(κοινονια τον εθνον, Koinonia ton Ethnon)이 구성되는 것을 보고 교회도 교회연맹(κοινονια τον εκκλεσιον, Koinonia ton Ekklesion)을 구성하자고 제안하면서 WCC 창설의 여명이 열리기 시작했다. 이런 요구는 이미 시작된 선교와 일치지류에 이어 이후에 형성된 삶과 노동지류, “신앙과 직제지류, 1780년에 로버트 레이크스(Robert Raikes)에 의해 제창된 주일학교운동으로 시작된 신학교육지류 등 여러 지류들이 합해져 거대한 세계교회일치 운동의 강물로 모아지기 시작했다. 이후 1938년에 WCC 헌장이 초안되고 1941년에 창설될 예정이었으나 세계 제2차 대전 관계로 연기되어 1948년 암스테르담에서 창립하게 된 것이다. (* WCC생성과 총회에 이르기까지의 도표는 부록참조)

 

WCC에 대한 오해와 바른 이해

 

WCC에 대한 한국교회의 이해는 다양하다. 예장통합, 기장, 감리교회, 구세군, 복음교회, 정교회, 로마 카톨릭 교회 심지어 최근에는 오순절 교회도 에큐메니칼 운동을 지지하는 입장이나 WCC에 대해 반대하는 교단들도 있는 것 같다.

 

한국교회 일부의 WCC에 대한 오해에는 미국의 극우적 반공주의자이자 근본주의자인 멕킨타이어의 영향아래 WCC를 용공주의, 자유주의로 몰아세운 것과 7,80년대 군사정권아래 WCC가 한국의 인권과 민주화에 대한 지원을 한 것을 보고 군사정부가 WCC는 사회선교에만 관심을 두는 정치집단이라는 일방적 매도의 영향이 큰 작용을 한 것 같다. 최근에 와서는 종교간의 대화 때문에 다원주의라고 몰아세우는 경향도 있다.

 

그러나 이 모든 비난이 정당한가는 차분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어떤 교회나 기관의 입장을 확인할 때는 그 기관의 공식입장에 근거해야 한다. 한 교단 안에 다양한 신학적 주장을 하는 목소리가 있으나 그 교단의 공식적 입장은 교단적 차원에서 표명한 공식입장에 근거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WCC는 정치참여를 강조하는 진보적 신학, 종교다원주의, 용공주의, 전도와 교회성장은 등한시하는 자유주의 운동이라고 오해하고 있는 일부 보수적 교회의 주장들에 대해 살펴보자. 먼서 한국장로교회의 분열의 원인이 되었다는 WCC의 교회론에 대해 알아보자.

 

. WCC 교회론

 

WCC가 한국장로교회의 분열의 원인중의 하나로 꼽히고 있는 이유 중의 하나는 WCC가 세계 단일교회 형성을 지향한다는 이유라고 지적하고 있다. 1957년 대한예수교장로회 제42차 총회에 보고된 에큐메니칼 연구위원회의 보고서에는 친선과 협조를 위한 에큐메니칼 운동은 과거에나 현재에도 참가하여 왔으니 계속 참가하기로 하되, 단일교회를 지향하는 운동에 대하여는 반대하기로결정하였다고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WCC가 세계 단일교회를 지향한다는 것은 당시에도 오해였고 지금도 오해이다. 1948년 암스테르담에서 창설된 WCC는 협의회(The Council)의 성격, 협의회와 회원교회와의 관계 등과 같은 많은 문제에 대해 전부 답할 수 없었다. 따라서 이 문제들을 1950년 카나다 토론토에서 열리는 WCC 중앙위원회에 넘겼다. 토론토 중앙위원회는 이 문제들을 논의하고 교회, 교회들, 그리고 세계교회협의회”(The Church, the churches and the World Council of Churches)란 성명서를 채택했는데 토론토 성명서”(Toronto Statement)라고 알려진 이 문서는 이후 세계교회협의회의 성격과 교회론 이해에 중요한 문서가 되었다. 이 문서는 지금도 WCC의 교회론과 협의회의 본질을 이해하는데 교과서적 문서이므로 WCC교회론을 이해하려면 이 문서를 잘 이해함이 필요하다.

이 문서는 “WCC가 아닌 것”(What the World Council of Churches is not)“WCC의 기초가 되는 강령들”(The assumptions underlying the World Council of Churches)에 대해서 명쾌하게 밝히고 있다. 이를 보면 WCC가 무엇은 추구하고 무엇은 추구하지 않는지 알 수 있다. 먼저 “WCC가 아닌 것으로 다섯 가지 항목을 제시하고 있다.

 

세계교회협의회는 단일교회(Super Church)도 아니고 결코 그렇게 되어서도 안 된다.

세계교회협의회의 목적은 교회간의 연합을 협상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교회간의 연합은 (연합을 원하는) 교회의 주도로 교회들만이 할 수 있는 일일뿐 (세계교회협의회가 하는 일은) 교회들이 서로 접촉하고 교회 일치 문제에 대한 연구와 토론을 촉진하는 일이다.

세계교회협의회는 특정한 교회 개념에 기초할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세계교회협의회는 교회론적 문제를 예단하지 않는다.

세계교회협의회의 회원이 된다고 해서 그 회원교회가 자기 교회의 개념을 상대화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세계교회협의회의 회원이 된다고 해서 교회 일치의 본질에 관한 어떤 특정한 교리를 수용해야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성명서는 “WCC가 아닌 것이란 첫 번째 항에 대한 부연설명으로 세계교회협의회는 단일교회(super church)도 아니, “세계교회(world church)도 아니, 사도신경에서 말하는 하나의 거룩한 교회(Una Sancta)도 아니라고 분명히 하고 있다. 그러므로 WCC가 단일교회를 지향한다는 것은 순전히 오해였다. 토론토 성명서에 따르면 WCC가 단일교회를 지향한다는 오해는 한국에서만 있었던 것이 아닌 것 같다. 토론토성명서는 이런 오해에 대한 거듭된 해명에도 불구하고 계속 오해가 일어나므로 이를 분명히 하기 위해 작성된 것이다. WCC는 교회적 구조(ecclesial structure)를 지니고 있지 않으며 교회적 치리를 행하지 않는다. WCC가 교회적 구조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교회간의 연합을 협상할 수도 없고 결정할 수도 없다.

WCC는 어떤 특정한 신학이나 특정한 교회개념에 의해 구성되었다는 오해도 있다. 보수교회는 WCC를 진보적 신학의 산실이라고 보고 있지만 정교회쪽에서는 WCC가 너무 프로테스탄트 신학과 교회론의 영향을 받고 있지 않나 하는 오해도 하고 있다. 이에 대한 문제제기 때문에 WCC는 정교회와 WCC의 관계만을 집중적으로 다루기 위해 특별위원회를 설치하기도 하였다. WCC안에는 한국의 보수적 교회 이상으로 보수적인 회원교회도 많이 있다. WCC안에는 시대적 정황에 따라 어떤 특정 교회론이나 신학의 목소리가 높을 때도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서로 다른 교회론과 신학들이 대화하고 토론하는 곳이지 어떤 특정 신학과 교회개념을 규정하는 곳은 아니다.

토론토성명서는 이렇게 ‘WCC가 아닌 것을 밝힌 다음에 무엇이 WCC를 지탱하고 있는 강령인지를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WCC 회원교회들은 대화를 하든지 협력을 하든지 교회의 공동증언을 하든지 모든 것은 그리스도가 교회의 거룩한 머리라는 공동의 인식에 근거해서 해야 한다.

WCC 회원교회는 그리스도의 교회는 하나라는 신약성경에 근거하고 있다.

WCC 회원교회는 그리스도의 교회의 일원됨이 자기의 특정한 교회의 일원됨보다 훨씬 더 넓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그래서 자기 교회밖에 있는 교회로서 역시 그리스도의 주되심을 고백하는 교회들과 살아있는 교제를 추구하는 것이다.

WCC 회원교회는 타 교회들과 신조에서 고백하는 거룩한 공교회가 가지는 관계성을 서로 고려할 과제로 여긴다. 그러나 이것은 각 회원교회들이 타 교회들을 반드시 자기 교회가 생각하는 순수한 교회라는 의미에서 받아들이라는 뜻은 아니다.

WCC 회원교회는 다른 교회에도 진정한 교회의 요소들이 있음을 서로 인정한다. 이 상호인정은 다른 교회 안에 있는 진정한 교회의 요소들이 결국은 온전히 진정한 교회에 대한 인정과 그 온전히 진정한 교회에 근거한 일치로 이끌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서로 진지하게 대화에 들어갈 것을 고려한다.

WCC 회원교회는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모든 교회들이 어떤 증언을 주님의 이름으로 하도록 부름 받고 있는지 서로 배우기를 갈망하며 서로 협의할 용의가 있다.

WCC에 함께 회원이 된다는 더 실천적 의미는 모든 회원교회는 서로 연대하며 서로가 필요할 때 도움을 주며, 이런 행동을 하기를 주저한다면 이는 형제적 관계와 합치하지 않는 것으로 간주한다.

WCC 회원교회는 서로 영적 관계 속에 들어가 서로 배우며 서로 도와주어 그리스도의 몸을 굳건히 세우고 교회의 삶이 갱신되도록 한다.

 

WCC의 기초 강령들을 다 종합하면 결국 WCC에 가입하여 회원이 된다고 해서 WCC가 규정하는 어떤 획일적인 교회론으로 흡수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이다. 회원교회는 자기 교회가 믿고 있는 교회론과 치리구조를 그대로 유지한다. 다만 다른 교회를 모두 부정할 것이 아니라 다른 교회들안에서 진정한 교회의 요소들이 있음을 인정하고 다른 교회에게도 부과하신 주님의 사명을 확인하고 성부 성자 성령이 맡기신 사명을 함께 감당하는 거룩한 교제를 하자는 뜻이다. WCC가 밝히는 교회가 가지는 보편성(Catholicity)과 교회들의 관계에 대해서는 2006년도 포르토 알레그레에서 채택된 교회론 문서인 하나의 교회로의 부름’(Called To be the one Church)에서 다음과 같은 말로 잘 정리되어 있다. “각 교회는 보편적 교회이며, 보편성의 단순한 일부가 아니다. 각 교회는 보편적 교회이나 그 보편성의 전부는 아니다. 각 교회는 그 교회가 다른 교회들과 (거룩한 교제로) 연결될 때 비로소 그 보편성을 성취하는 것이다.(Each Church is the Church catholic and not simply a part of it. Each church is the Church catholic, but not the whole of it. Each church fulfills its catholicity when it is in communion with the other churches.)

이와 함께 기초 강령 중에 주목할 것은 예수 그리스도의 교회는 우리가 각각 속한 교단보다 더 크다.”는 제3항이다. 이 말은 우리가 속한 교단은 상대적이지 절대적은 아니라는 의미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교회만이 절대적이다. 따라서 서로 상대적인 교회들이 대화하며 교제하여 예수 그리스도의 하나의 거룩한(Una Sancta)교회를 바라보며 함께 거하고(Stay Together), 함께 기도하고(Pray together), 함께 일하고(Work together), 함께 봉사하며(Serve together), 함께 자라자(Grow together)’는 것이 WCC의 정신이다.

 

. 최근의 WCC에 대한 오해와 진실

 

1) “WCC의 신앙고백이 의심스럽다.” 이 주장은 사실인가?

 

이는 WCC의 기본입장을 모르는 견해이다.

 

WCC 헌장 1조에는 성경에 따라 예수 그리스도를 하나님이며 구주로 고백하며, 성부, 성자, 성령의 영광을 위하여 공동의 소명을 함께 성취하고자 노력하는 교회들의 교제(Koinonia)이다. (The World Council of Churches is a fellowship of churches which confess the Lord Jesus Christ as God and Saviour according to the scriptures and therefore seek to fulfill together their common calling to the glory of the one God, Father, Son and Holy Spirit.)”라고 밝히고 있다. WCC는 성경, 예수 그리스도, 삼위일체 하나님에 대한 신앙위에 굳게 선 세계교회 연합체이다.

 

WCC는 같은 헌장에서 한 믿음, 한 성례전적 교제 안에서의 가시적 일치’, ‘예배와 공동생활’, ‘세상을 향해 함께 증언하고 봉사함으로 교회의 일치를 이루어 세상이 하나님을 믿게 하기 위함이라고 그 목적과 기능을 밝히고 있다. 그러므로 WCC가 추구하는 에큐메니칼 운동은 곧 저희가 다 하나가 되어... 세상으로 나를 보내신 것을 믿게 하옵소서.”(17:21)라고 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기도를 성취하기 위한 세계교회의 공동 노력이다.

 

2) “WCC는 선교에는 관심이 없다.” 이 주장은 사실인가?

 

이는 전혀 사실무근이다. 위 헌장에서 볼 수 있듯이 공동의 소명을 함께 성취한다는 것이 곧 선교라는 사실도 명시되어 있지만 1910년 에딘버러에서 선교와 일치를 위해 전 세계교회가 함께 모인 세계선교대회(WMC)가 바로 에큐메니칼 운동의 직접적 배경인 것은 엄연한 역사적 사실이다. 지금도 WCC안에는 에딘버러 대회의 전통을 이어오는 선교와 전도위원회”(Commission on World Mission and Evangelism)가 지속적으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사무국에는 선교와 전도 일치국이 설치되어 세계교회의 선교와 전도에 대한 지원과 협력, 선교신학의 성찰등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3) “WCC는 용공이다.” 이 주장은 타당한가?

 

시대착오적 말이다. WCC교회의 연합체이기 때문에 어떤 특정한 이념도 지향한적이 없다. 자본주의도 지지한 적 없고 사회주의도 공산주의도 지지한 적이 없다. WCC는 그 헌장에서 밝히는 것처럼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공동의 신앙고백 위에 서 있다. 중요한 것은 WCC는 냉전시대 때 공산체제 속에 있는 교회도 회원교회로 받아들였고 함께 교제했다. 그 이유는 그들이 어떤 정치체제 속에 있든지 간에 예수 그리스도를 고백하는 교회이기 때문이었다.

 

더욱 중요한 일은 공산체제아래 있던 교회들의 보존을 위해 WCC가 엄청나게 노력했고 그 노력으로 공산권이 무너졌을 때 교회가 다시 부흥할 수 있었다. 북한 교회가 세계교회와 연결되게 한데도 WCC가 도산소 과정을 통해 정치적 장벽을 무릅쓰고 교제를 시도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만약 WCC가 용공이란 주장을 한다면 지금 북한교회와 만나며 교제하며 지원하는 한국교회는 모두 용공이다. 한국교회는 북한교회를 남한교회와 연결해 준 WCC에 오히려 감사해야 한다.

 

4) “WCC는 사회선교에만 관심이 있다.” 이 말은 사실인가?

 

WCC를 전체적으로 잘 모르고 하는 말이다. WCC가 사회선교를 열심히 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WCC에는 선교와 전도, 기독교교육 이외에 거대한 양대 산맥이 있다. 하나는 신앙과 직제’(Faith and Order) 흐름으로서 신앙과 일치를 강조하는 면이고 다른 하나는 삶과 일’(Life and Work)의 흐름으로서 복음의 사회적 증언을 강조하는 측면이다.

 

한국에는 WCC70, 80년대의 사회상황과 관련하여 인권과 민주화 등에 많은 지원을 했기 때문에 WCC의 사회선교적 측면만 부각되어 WCC는 사회선교에만 관심이 있다고 알려진 것 같다. 그러나 사실은 이 두 흐름이 팽팽하게 공존하고 있다. 솔직히 말하면 한국교회가 개인구원과 사회구원사이에서 갈등했듯이 이 갈등과 견제가 지금도 WCC속에 상존하고 있다.

 

또한 사회선교에도 두 흐름이 존재한다. 하나는 인권이나 민주화와 같은 정치적 증언이고 이것과 대등하게 큰 또 하나의 흐름은 봉사(Diakonia)이다. WCC의 사회선교에는 봉사의 면도 강하게 포함되어 있다. 이번 WCC 총회를 계기로 한국교회는 WCC의 신앙과 영성, 선교와 봉사 부분에도 이해의 폭을 넓혀서 에큐메니칼 운동의 양쪽 날개 모두를 통전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

 

WCC의 사회적 증언에 대한 이런 이해의 폭과 연계해서 정말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WCC의 사회적 증언의 신앙적 기반 혹은 신앙적 동기이다. WCC의 사회적 증언은 사회참여 차원이 아니고 복음증언의 차원이다. 다시 말하면 WCC의 사회참여는 복음에 대한 신실성 때문에 이루어진다. 인종주의(racism)에 대한 WCC의 입장이 그 한 예이다. 1954년 제2차 에반스톤 총회에서는 인종주의와 식민주의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었다. 에반스톤 총회는 인종, 피부색, 종족을 근거로 사람을 차별하는 것은 복음과 교회의 본질에 위배된다.”고 선언하고 모든 회원교회가 자신들의 삶과 사회안에 존재하는 인종차별을 철폐하라고 촉구했다. 나치주의에 대한 독일 고백교회의 바르멘선언(Barmen Declaration)이 복음의 정치적 해석이 아닌 정치적 상황에 대한 복음의 신앙고백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WCC 창설이후 바르멘선언과 같은 형태의 고백신앙 운동의 중심에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인종분리정책(Apartheid)이 있었다. 에큐메니칼 운동은 독일 고백교회의 바르멘선언처럼, 남아공화란개혁선교교회처럼, 사회적 상황에 의해 신앙 자체가 도전받을 때는 신앙고백적 대응을 해 왔다. WCC가 웁살라 총회이후 인권주의철폐를 위한 프로그램(Programme to Combat Racism)을 설치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이다. WCC의 사회증언은 교회의 사회참여, 정치참여로 볼 것이 아니라 그 정치적, 사회적 상황에 대한 복음의 선포, 신앙의 증언으로 이해해야 함이 옳다고 본다.

 

5) “WCC 신학은 자유주의 신학이다.” 이는 올바른 이해인가?

 

솔직히 말하면 WCC의 신학은 없다고 말하는 것이 옳다. 왜냐하면 WCC는 회원교회들의 다양한 신학이 서로 대화하고 조정하고 공통의 신학적 견해를 찾아가는 문자 그대로 ‘Council’, 협의체이다. 그러므로 엄격히 말한다면 WCC 고유의 신학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좀 더 현실적으로 말하면 WCC안에는 여러 신학노선이 다양하게 존재한다. 자유주의 신학도 존재하고 엄청나게 보수주의적 신학도 존재한다. 정교회의 신학은 한국의 보수신학보다도 훨씬 더 보수적이고 회원교회 중에는 복음주의교회, 성령운동인 오순절 교회도 상당히 참여하고 있다. WCC의 신학이 자유주의 신학 일변도로 비춰진 것은 앞서 말한 대로 우리나라에는 WCC가 주로 인권이나 민주화 등 사회적 증언 쪽으로만 알려져서 그렇게 비춰진 면이 있다.

 

6) “WCC는 다원주의이다.” 여기에 대한 진실은 무엇인가?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WCC는 종교간의 교리를 섞은 적이 한번도 없다. WCC의 궁극적 목적이 분열된 교회가 구조적 일치를 이루어 세상에 하나의 교회를 표방하는 가시적 일치인데 현재로는 이것 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다. 그 이유는 WCC 밖에 있는 로마 가톨릭교회도 그렇지만 WCC안에 있는 양대 교회, 즉 정교회와 개신교회도 결코 서로의 교리를 섞을 수 없다는 입장 때문이다. 이 때문에 구조적 일치는 전혀 거론할 수 없는 입장이다. 하물며 종교간의 교리를 섞는 일이 어떻게 가능하겠는가?

 

그러나 종교간의 대화와 협력은 분명히 한다. 우리나라가 일제 치하에 있을 때 천도교, 불교, 기독교가 민족의 독립을 위해 함께 독립선언을 했듯이 정의와 평화, 그리고 인류의 화해를 위한 세계적 과제 때문에 종교간의 대화와 협력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종교간의 협력과 다원주의는 다르다.

 

지금까지 WCC에는 공산권의 교회까지도 함께 참여하니 용공적이란 오해를 하고 하나님의 형상인 인간의 삶의 존엄성을 위해서 일하다 보니 사회참여적이란 오해를 하고 인류의 평화를 위해서 다른 종교와 대화하다 보니 다원주의라는 오해를 하는 것이다. 이런 오해들을 그야 말로 오해이며 모두 바로 잡을 필요가 있다. WCC안에는 엄청나게 보수적인 교회도 많이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맺는 말

 

한국교회는 초기부터 에큐메니칼 운동을 해 온 교회이다. 과거에는 ...’ 즉 장로교회, 감리교회, 성결교회가 늘 함께 복음을 증거해 온 전통이 있다. 장로교회의 경우는 1907년 독노회 구성시, 한국교회 신앙고백 채택, 7인의 한국인 목사 안수와 더불어 세계개혁교회연맹(WARC)에 가입했으므로 최초부터 에큐메니칼 교회임을 천명한 셈이다.

 

한국교회는 이제 WCC총회를 준비하고 주관하는 경험을 통해 한국교회의 에큐메니칼성을 더욱 심화시키고 세계 교회가 하나되는데 큰 기여를 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하나님의 역사 이해를 한국교회라는 좁은 테두리를 벗어나서 세계적, 우주적 지평에서 이해해야 한다. 그래서 WCC총회가 그들의 잔치가 아니라 그 속에 우리도 포함되어 있는 하나의 예수 그리스도의 교회 (One Universal Church of Jesus Christ)의 신앙증언과 신앙축제가 되도록 함으로써 하나님께 영광 돌리고 세계교회를 섬기는 귀한 일을 해야 할 것이다.

 

부록 1

 

 

세계교회협의회(WCC)의 생성에서 총회에 이르기까지

 

 

1780 로버트 레이크스 주일학교운동 주도

1810윌리엄 케리10년에 한번 세계교회모임 제안

 

 

1907세계주일학교연합(WSSA)창설

 

1910 에딘버러세계선교대회(World Missionary Council)

 

 

 

1910촬스 브렌트신앙과 직제(Faith and Order)세계회의제안

1911 콘스탄티노플세계기독학생연맹(WSCF)회의정교회청년 참여

1914 런던국제친선촉진연맹(World Alliance for Promoting International Friendship)대회

1919. 1. 10.콘스탄티노플교회 총회 (Holy Synod of the Church of Constantinople)교회연맹 (Koinonia ton Ekklesion) 창립제안

1920 여름, 제네바J. H. 올드햄 (IMC 총무)선교사와 교회 모두 참여하는 국제기구 구성 제안죄더블롬 : 삶과 노동(Life and Work) 세계기독교회의 제안에큐메니칼교회협의회(Ecumenical Council of Churches) 재제안

1919. 4.죄더블롬 주교 (스웨덴)에큐메니칼 교회 협의회(Ecumenical Council of Churches) 창설제안

1921국제선교협의회(International Missionary Council: IMC)창설

 

1924세계주일학교연합 (World’s Sunday School Association: WSSA재편

 

 

 

 

 

 

 

1925, 스톡홀름삶과 일 세계 대회 (Universal Christian Conference on Life and Work)

 

1927, 로잔신앙과 직제(Faith and Order) 세계대회

 

 

 

 

 

 

1937 에딘버러삶과 일 (Life and Work)세계대회 WCC 편입

1937 옥스포드신앙과 직제 (Faith and Order) 세계대회WCC 편입

 

 

 

 

 

 

 

 

1938 우트레헤트WCC 헌장 (Constitution) 초안1941년 여름 WCC 창설 계획세계제2차대전으로 연기

 

 

 

 

 

 

 

 

1948 암스테르담세계교회협의회 (World Council of Churches) 창립

 

 

 

 

 

 

 

 

1954 에반스톤WCC 2차 총회

 

 

 

1961 뉴델리WCC 3차 총회

1961국제선교협의회(IMC) WCC 편입

 

 

 

1968 웁살라WCC 4차 총회

1971세계기독교교육협회(WSSA) WCC 편입

 

1975 나이로비WCC 5차 총회

 

 

1983 뱅쿠버WCC 6차 총회

 

 

 

1991 캔베라WCC 7차 총회

 

 

1998 하라레WCC 8차 총회

 

 

 

2006 포르토 알레그레WCC 9차 총회

 

 

2013 부산WCC 10차 총회

 

 

 

 

 

 

 

04_에큐메니즘과 WCC.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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